
세상살이를 하다 보면 무엇이 귀하고 무엇이 흔한지의 경계는 참으로 두루뭉술하다. 그 기준은 보는 사람의 생각 차이에 따라 시시때때로 달라지기도 하며, 어찌 보면 아무것도 아닌 한낱 관념의 하나에 불과하다. 사전을 찾아보면 '귀(貴)'는 한자어이지만 '흔'은 한자어가 아니라는 소소한 사실부터 흥미를 돋운다.
요즘 화초들과 나무들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세상의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관심이란 눈에 자주 보여서 생기기도 하고, 자주 듣게 되면서 싹트기도 한다. 관심이 많아져서 더 보려고 하는데 바로바로 보이지 않으면 귀하다고 여기고, 눈에 흔하게 밟히면 흔하다고 치부하게 된다. 숲속에 빽빽하게 자란 소나무는 흔하지만 용을 닮은 기이한 소나무는 귀하고, 흔한 돌과 바위도 형태가 기괴하면 귀한 수석으로 귀빈 대접을 받는 것처럼 말이다. 귀함과 흔함의 모호한 경계와 소나무 분재에 얽힌 깊은 사색을 풀어본다.
◎ 귀빈은 있지만 흔빈은 없는 세상의 아이러니
꽃과 사람의 세계를 둘러보면 귀함과 흔함의 대우는 더욱 극명하게 갈라지며 묘한 여운을 남긴다.
▼ 대접받는 꽃과 사람들의 풍경
꽃 역시 흔해져도 특별한 대접을 받는 품종이 따로 존재하고, 같은 종류의 꽃이라도 색깔에 따라 귀하게 혹은 흔하게 여겨지곤 한다. 사람의 세계로 눈을 돌려보면 더욱 흥미롭다. 손님을 뜻하는 한자 '빈(賓)'을 붙여 어디서든 귀한 대접을 받는 '귀빈(貴賓)'은 존재하지만, 어디서든 흔한 대접을 받는 '흔빈'이나 천한 대접을 받는 '천빈'이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 권력과 유권자의 아이러니
세상의 권력자나 대통령조차 계란을 맞는 수모를 당하기도 하고, 반대로 대통령이 되려고 나선 정치가들에게는 평소 눈길 주지 않던 거지들조차 더없이 귀한 유권자로 돌변해 큰절을 받기도 한다. 결국 귀함과 흔함이란 절대적인 가치가 아니라 상황과 관념이 만들어내는 허상일지도 모른다.
◎ 분재 소나무의 비밀, 귀한 대접을 위한 잔인한 손길
이 글을 처음 시작할 때는 분재에 대한 생각을 나누려던 참이었다. 흐름이 조금 엉뚱한 곳으로 흘렀지만,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바로 소나무에 관한 것이다.
▼ 정원 속 귀한 소나무와 숲속 소나무의 차이
깊은 숲속에 빽빽하게 들어찬 소나무들은 흔하디흔한 소나무다. 하지만 세상의 돈 좀 쓰는 사람들의 정원이나 분재 전시장에 놓인 소나무들은 대접이 완전히 다르다. 비비 꼬이거나 뒤틀어져 옆으로 누워 자란 소나무들은 아주 귀한 대접을 받으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 철심에 묶여 허리가 휘어지는 나무의 아픔

그렇게 아주 귀한 대접을 받는 명품 소나무를 만들기 위해, 키우는 사람들은 어린 소나무를 자연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는다. 철심을 동원해 허리를 강제로 휘어놓고, 위로 곧게 자라지 못하고 옆으로만 퍼질 수 있도록 몹시 억압한다. 나중에 세상 사람들로부터 아주 귀한 대접을 받게 하기 위해, 지금 당장은 아주 잔인한 대접과 고통을 가하는 것이다.
◎ 자연스러움과 인위적인 억압 사이의 단상
사람이 나무의 심성이나 통증을 온전히 알 수는 없기에, 그렇게 가지를 비틀고 휜다고 해서 나무가 실제로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인간의 눈으로 보는 풍경: 철심에 묶여 뒤틀린 나무를 바라보는 시선은 묘하게도 가히 자연스럽지 않다는 느낌을 지우지 못하게 한다.
명품과 고통의 비례: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며 인위적인 고통을 견뎌낸 것들만이 비로소 세상에서 '귀한 것'이라는 화려한 명패를 달게 되는 씁쓸한 이치다.
흔함과 귀함의 철학: 꼿꼿하게 자연스럽게 자란 소나무의 흔함보다, 처절하게 비틀려 귀함을 얻은 분재의 모습 속에서 우리네 인생의 굴곡을 겹쳐 보게 된다.
◎ 결론 및 종합 의견
귀하고 흔함의 차이란 결국 인간이 만들어낸 관념의 장난이며,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허와 실의 연속이다.
숲속의 흔한 소나무가 철심에 묶여 잔인한 매질을 견뎌낸 끝에 정원의 귀한 명품 분재로 거듭나듯, 우리 삶 역시 모진 시련과 비틀림을 겪어내야 비로소 빛나는 가치를 지니게 되는지 모른다.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인위적인 풍경이 씁쓸하면서도, 그 속에 담긴 치열한 생장의 비밀을 오래도록 골똘히 생각해보게 되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