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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와 선문답의 추억, 흔문뻔답에 담긴 삶의 재치

by 지에쓰 2026. 10. 10.

살다 보면 젊은 날 나눈 소소한 대화와 농담 속에서 인생을 관통하는 깊은 지혜를 발견하곤 한다. 한때 스님이 되고 싶어 했던 친구 '구씨'와 모여 앉아 깊은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선문답(禪問答)을 흉내 내며 노닐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우리는 "소유하려는 것도 사랑일까요?"라는 질문에 "무소유 또한 사랑일 수 있습니다"라고 답하며 오묘한 진리를 탐구하듯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그 시절 친구와 나눈 재치 있는 대화와 블로그 이웃의 어린 딸에게 건넸던 슬기로운 답변, 그리고 10대 시절을 사로잡았던 무소유의 감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 1. 블로그 모임과 안양 의왕 이웃 딸아이의 질문

과거 블로그 활동에 열중하던 시절, '블사모'라는 모임에 가입하여 전국 각지의 다양한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졌다.

▼ 안산에서 의왕까지 이어진 정겨운 인연

그중 나보다 두 살 어린 의왕시에 살던 여성 이웃이 있었다. 서울에서 블로그 모임이 열릴 때면 안산에서 차를 끌고 올라가며 의왕에 들러 그 이웃을 픽업해 함께 모임 장소로 이동하곤 했다. 자주 만나고 동행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족만큼이나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 초등학생 딸아이의 귀여운 고민 쪽지

그 이웃에게는 모임에 자주 따라나오던 귀여운 초등학생 딸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엄마의 블로그 아이디로 로그인해 엄마인 척 댓글을 달며 노는 재미에 빠져 있었는데, 하루는 나에게 개인 쪽지로 자못 진지한 질문을 보내왔다. 아이의 고민은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이런 질문을 받으면 어떤 대답을 하는 게 가장 좋을까요?"라는 세상에서 가장 흔하면서도 어려운 난제였다.

◎ 2. 친구 구씨가 제시한 현명한 '흔문뻔답'

마침 같이 자리에 있던 친구 구씨가 쪽지를 함께 보게 되었다. 스님을 꿈꾸며 평소 선문답 놀이를 즐기던 구씨는 "이것도 흔문뻔답(흔한 질문에 뻔한 대답)이긴 한데, 내가 멋지게 답장을 써주겠다"며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1. 상황별 맞춤 대답: 아빠가 물어볼 때는 "아빠가 좋다"고 하고, 엄마가 물어볼 때는 "엄마가 좋다"고 대답할 것.
  2. 동석 시 공평한 대답: 엄마와 아빠가 함께 있는 자리에서 물어보면 "엄마, 아빠 둘 다 똑같이 좋다"고 답할 것.
  3. 질문으로 반격하기: 둘 다 똑같이 좋다고 했음에도 굳이 한 명만 고르라고 억지를 부린다면 역으로 질문을 던질 것.
    • "엄마, 아빠 중에 누가 날 더 좋아해?"
    • "아들과 딸 중에 누가 더 좋아?"

아이가 역질문을 던지는 순간 부모들은 당황하여 더 이상 답하기 난처한 질문을 건네지 못할 것이라는 완벽한 해결책이었다. 흔한 질문에 뻔하지만 완벽한 대답을 내놓는 친구의 재치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 3. 법정 스님의 무소유와 10대 시절의 감성

친구 구씨와 끊임없이 선문답 놀이를 주고받다 보니, 나 역시 은연중에 불교의 깊은 진리에 끌려 불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품기도 했다.

▼ 법정 스님의 무소유에 매료되었던 시절

당시 나는 법정 스님의 《무소유》에 깊게 매료되어 있었다.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을 때 비로소 세상 모든 것을 소유하게 된다는 가르침은 물욕과 집착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커다란 정신적 울림으로 다가왔다.

▼ 세상의 짐을 벗어던지고 싶던 청춘의 감성

돌이켜보면 10대 말의 사춘기 시절에도 세상의 모든 굴레와 짐을 훌훌 털어버리고 아늑한 동굴 하나 찾아 들어가 은거하고 싶었던 순수한 감성이 존재했다. 친구와의 선문답 놀이는 잠들어 있던 청춘의 아련한 감수성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다.

◎ 결론 및 종합 의견

젊은 날 친구와 나누었던 선문답과 '흔문뻔답'의 유쾌한 기억은 세월이 흐른 지금도 미소를 짓게 만드는 소중한 삶의 청량제이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 무소유의 삶이 전해주는 평온함과, 타인의 곤란한 질문을 지혜롭게 받아치는 우문현답의 재치는 우리가 팍팍한 세상살이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데 꼭 필요한 삶의 지혜이다. 복잡한 현대 사회 속에서 가끔은 마음속 동굴을 찾아 휴식을 취하고, 굳어버린 머리를 유연하게 해주는 지혜로운 대화의 가치를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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