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덕 쪽 배송 업무를 내려놓게되어 도덕쪽 못 돌았고 한동안 마침 농번기 바쁜 시기까지 겹치면서 오랫동안 모임이 이뤄지지 않아서 참석을 못했다가 오랜만에 얼굴을 내민 모임 자리에는 소소한 변화들이 반기고 있었는데, 충호는 다시 상경을 했다고 전해 들었다. 전체 16명의 멤버 중에서 3분의 1정도는 출석이 둘쑥날쑥한 편이다.
오늘 모임에는 찐 고정 멤버 8명이 자리를 지켰고, 평소 함께하는 덕임이, 옥숙이, 기헌이가 빠졌다. 기헌이는 전날 과음으로 숙취에 시달려 죽겠다며 불참했고, 옥숙이는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특히 거의 빠지는 법이 없던 총무 덕임이는 옆집 어머님이자 동창인 문갑이 모친이 수술을 하시게 되어 며칠간 간병을 맡느라 자리를 비우게 되었다. 끄브정하게 가라앉은 날씨 속에서 삶의 회포를 풀었던 모임의 풍경을 정리해 본다.
◎ 뒤죽박죽 얽힌 멤버 구성과 3464 동창들의 인연
모임 자리에 앉아 오늘 참석한 8명의 면면을 유심히 살펴보니, 그 구성이 참으로 오묘하고 뒤죽박죽이 아닐 수 없다.
▼ 각양각색의 인연들이 모인 자리
회장격을 맡은 선식이는 학연으로 따지면 동창은 아닌, 1년 늦게 취학하는 바람에 학교 기수로는 1년 후배가 되었다. 영미 역시 특별한 연고 없이 닭띠 친구로 참여하고 있는 멤버이고, 영주와 귀인이는 북교 출신으로 내 기준에서는 중학교만 동창인 셈이다. 반면에 나를 포함해 태호, 봉준이, 유심이 네 사람은 공교롭게도 모두 '3464' 출신, 즉 도덕초등학교 34회 6학년 4반 동기들이라는 진한 인연이 얽혀 있다. 그 넷 중에서 태호만 도덕중이 아닌 도양중으로 진학했던 사연이 있다.
▼ 영양가 없지만 삶이 묻어나는 대화들
대화의 주제는 대부분 근자의 살아가는 이야기나 생활 밀착형 이야기들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런 대화들이 쓰잘데기없는 이야기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모임이 시글벅쩍하게 무르익다가도 어쩌다 처지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 좌중이 같이 욱신거리며 쳐져버리는 미묘한 딜레마가 존재하기도 한다. 한참 대화가 오가는 도중에 와이프의 성화에 못 이겨 먼저 자리를 털고 일어나긴 했지만, 솔직히 이렇다 할 영양가가 넘쳐나는 대화는 아니어도 사람 냄새 나는 정겨운 시간이었다.
◎ 2.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세상사와 헛헛한 마음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내 마음대로 딱딱 맞아떨어지는 일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싶을 때가 많다. 날씨마저 끄브정하게 가라앉아 마음을 더 헛헛하게 만들었다.
▼ 생각대로 되지 않는 인생의 섭리
이것저것 돌아보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이 뭐 한두 가지인가 싶기도 하고, 과연 내 생각대로 딱딱 마음에 차는 일이 하나라도 있는가 싶어 쓴웃음이 지어지기도 한다. 세상만사가 내 뜻대로 척척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문득문득 아쉬움이 밀려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마음인가 보다.
◎ 3. 일상 속에서 건져 올린 소소한 깨달음
복잡하고 엉켜 있는 관계 속에서도 결국 삶은 묵묵히 흘러가고, 그 속에서 작은 위안을 찾아내는 것이 지혜이다.
인연의 신기함: 초등학교 시절의 동창부터 우연히 합류한 이들까지, 다양한 인연이 얽혀 살아가는 세상의 묘미를 인정하기.
기대와 현실의 조율: 세상사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더라도, 지나친 실망 대신 툭 털고 일어나는 유연함 갖추기.
가족과 일상의 소중함: 와이프의 성화에 자리를 일찍 일어난 것처럼, 결국 발길을 돌려 돌아갈 수 있는 평온한 가정이 최고의 안식처임을 기억하기.
◎ 결론 및 종합 의견
오랜만에 나간 모임에서 뒤죽박죽 얽힌 멤버들과 나누었던 소소한 수다와, 끄브정한 날씨 속에서 되돌아본 일상의 소회는 참으로 다채로운 감정을 안겨주었다.
세상살이가 내 뜻대로 척척 맞아떨어지지 않을지라도, 그 속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웃과 친구들이 있기에 일상은 여전히 살아볼 만하다. 비록 오늘은 대화에 영양가가 조금 부족하고 헛헛함이 남았을지라도, 툭툭 털어내고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뜨듯 묵묵히 내 길을 걸어갈 따스한 마음을 품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