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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그늘과 삶에 대한 열망을 노래한 1987년의 자작시

by 지에쓰 2026. 10. 5.

시간이 오래 흘러 과거의 기록을 다시 꺼내어 볼 때, 그 시절의 유난히 깊었던 고민과 감정의 파동은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다가온다. 1987년 11월 11일, 청년 시절에 적어 내려간 한 편의 시에는 삶과 죽음, 그리고 존재에 대한 솔직하고도 강렬한 두려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삶에 대한 아련한 미련이 교차하는 문장들은 단순한 우울을 넘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근본적인 존재론적 고민의 깊이를 보여준다. 본 글에서는 1987년의 자작시 속에 투영된 청년기의 심리적 갈등과 죽음이라는 명제 앞에서의 두려움, 그리고 이를 극복해 나가는 삶의 미학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 1. 1987년 11월의 기록과 청년기의 심리적 갈등

1980년대 후반의 시대적 분위기와 개인의 내면적 고뇌가 결합하여 탄생한 자작시는 강렬한 시적 어휘들로 가득 차 있다.

▼ 우울과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의 시기

시 속에서 '빨간 죽음'으로 상징되는 대상은 붉은 열정과 대비되는 서늘한 공포이자, 마음을 갈등의 수렁으로 당기는 끈끈한 유혹으로 묘사된다. 스름스름 녹아가는 얼음덩이처럼 무력해지는 내면의 힘과 끝없이 끝으로만 향하는 마음을 저주하면서도, 그 깊은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해 괴로워했던 시기의 고백은 읽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 신에 대한 부정과 존재론적 질문

"신을 부정했던 내 지난 날이 떠오른다. 지금도 신을 거부하는 내가 누구인가 궁금해진다"는 구절은 절대적 존재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고자 방황했던 젊은 날의 치열한 사유를 보여준다. 주변 사람들의 위로나 어떤 삶의 철학, 죽음의 논리로도 치유되지 않던 외로움은, 존재의 근원을 향해 던지는 본질적인 질문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 2. 삶에 대한 미련과 아름다운 염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의 역설은 곧 삶을 누구보다 깊이 사랑하고 열망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 눈물로 드러난 삶에 대한 애착

싫어했던 지난 삶을 되돌아보며 몸을 떨고 눈물을 흘리는 대목은, 사실 삶에 대한 강한 미련과 애착을 역설적으로 나타낸다. 진정으로 삶을 포기하려는 것이 아니라, 다가오는 고통과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무력해진 자신을 향한 안타까움의 눈물이다. 죽음 앞에 두려워 떠는 모습은 생명에 대한 가장 본능적이고 솔직한 반응이다.

▼ 누군가의 이름과 이쁜 죽음에 대한 염원

시의 후반부에서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고 "남모를 이쁜죽음을 염원한다"고 고백하는 대목은 어둠 속에서 발견한 작은 구원의 빛이다. 별빛을 따라 천사의 나라로 가버린 요정의 이름을 떠올리는 행위는, 비극적인 결말이 아닌 고통 없는 평온과 순수한 세계로의 도피, 그리고 아름다운 마무리를 염원하는 청춘의 서정적 승화라 할 수 있다.

◎ 3. 과거의 고뇌를 마주하며 느끼는 삶의 가치

4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 청년 시절의 시를 다시 마주하는 것은 삶의 궤적을 돌아보는 뜻깊은 시간이다.

  1. 고통을 견뎌낸 시간의 힘: 당시에는 마음이 녹아내리는 얼음덩이 같았을지라도, 그 시련과 고민의 터널을 무사히 통과하여 오늘에 이르렀다는 사실 자체가 삶의 위대한 승리이다.
  2. 청춘의 고뇌가 준 유산: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괴로워했던 그 시절의 섬세한 감수성과 깊은 사유는, 세월이 흘러 세상을 바라보는 인품과 삶을 대하는 따뜻한 시선으로 뿌리내리게 되었다.

◎ 결론 및 소회 

"생각이 나거든 꿈이라도 꾸어볼텐가"라는 아련한 물음으로 시작한 1987년의 기록은, 가장 어둡고 두려웠던 순간조차도 결국 삶을 향한 강렬한 열망이었음을 증명해 준다. 지독한 우울과 '빨간 죽음'이라는 환영 속에서도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며 순수한 염원을 놓지 않았던 그 시절의 청년은, 결국 세월의 풍파를 견뎌내고 당당히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과거의 아프고도 찬란했던 고백을 다시 읽어보는 일은, 지나온 삶의 모든 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지를 되새겨주는 뜻깊은 계기가 된다.

1987년 4월 부산 공돌이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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